Decision to leave

0. 대칭

아스프빌즈 2022. 8. 19. 01:12

헤어질 결심은 해준에서 시작해서 서래로 끝나는 이야기다.
해준과 서래의 대칭 구조, 혹은 이 둘의 모습이 티키타카로 반복되는 플롯.

사랑하면 닮아 가는 건가, 닮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가? 장해준과 송서래에겐 둘 다 맞는 말.


1.
사랑하면 닮아간다: 서래의 말을 인용하는 해준. 해준의 기초 중국어 학습지. 서래를 몰래 미행하는 해준, 비교적 대놓고 해준을 따라가는, 나중엔 이포까지 따라 온 서래. 처음엔 사건 때문에 기도수가 간 길을 간 해준, 이후엔 서래가 간 길을 따라 간다. 서래 집 책장에서 본 위스키를 따라 사는 해준.

2. 닮은 사람을 사랑한다: 기도수의 사망 현장에 대한 말씀보다는 사진을 선택한 서래를 보고 내심 반가운 동질감을 느끼는 해준. 자신은 산보다 바다를 좋아한다는 서래에게 무의식적으로 자신도 그렇다고 하는 해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죽은 까마귀 깃털. 초밥을 먹고 정리하는 데 짜기라도 한 듯이 죽이 잘 맞는 둘.

 


 

 

대본집보다야 조금 싹둑 잘린 설명들과 장면들이지만, 이 둘의 대칭으로 이어진 무게감들이 꽤나 자연스럽다. 장면적 구도를 위해 억지로 넣은 느낌이 없고, 그냥 장해준과 송서래의 이야기가 되는 장면들.

 



0. 말씀과 사진 중 어느 것을 고르나 보자, 하는 해준. 처음엔 말씀, 그러다가 바로 사진으로 말 바꾸는 서래. 찰나의 왠지 모를 실망에서 반가움으로 변하는 해준. 훗날 말한다. 본인과 비슷할 거라고 짐작했다고.

 


1. 마침내. 원하는 대로 운명하셨습니다. 단일한. 웃는 송서래. - 송서래가 내뱉은 단일한 웃는 장해준, 사과한다. - 자기도 한국어가 어색할 웃는다며 처음으로 미소 지어주는 송서래. – 그전에, 운명 단어가 맞는지 헷갈린다며 웃는 송서래.

남들은 죽은 남편 얘기를 하며 웃는 아내라고 소름끼쳐하지만, 해준은 정확하다며 웃는다.

 

 

2. 장해준이 '먼저' 망원경으로 월요일 할머니네에서 일하는 송서래를 염탐하고, 구강상피세포 체취하러 오라니까 곧장 결창서로 가는 송서래를 미행한다. - 송서래도 복도에서 들린 오빠 pc방을 검색해서 장해준을 따라간

 

 

3.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서래의 통화.

잠 못 자 죽어가는 형사보다 산 노인이 중하지 않겠습니까. 해준의 문자.

 

 

4. 송서래의 구강상피세포를 체취하기 송서래의 밴드 붙인 손등을 몰래, 빨리 찍는 해준 - 본인의 앞에서 잠복하다가 잠든 장해준을 빨리, 당당히 찍는 송서래. 굿모닝 인사까지.

 


5. 굿모닝. 장해준의 잠복을 보고도 간단명료하게 인사하고 가는 서래.
-
경찰서에서 평소에 하지도않는 굿모닝으로 무슨 있냐는 수완의 고성과 미지의 요상한 표정에 (각본상 겸언쩍어 하며’) 가는 해준.

 

 

6. 구강상피세포를 체취하는 동안 해준의 결혼반지를 넌지시 보는 서래.
-
월요일 할머니네서 일할 결혼반지 서래의 손을 보는 해준. - 해준이 방수테이프를 붙이고, 결혼반지도 다시 끼고 조사실로 들어온 서래를 보는 해준.

 

 

7. 송서래가 퇴근 밤에 저녁으로 먹은 아이스크림을 먹지도 않고 식탁에 채로, 드라마를 켜놓고 잠들었다고 생각한 장해준. - 눈을 감은 채로 드라마의 대사를 따라 중얼거리는 송서래.

 

 

8. '공자님 말씀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바다가 좋아요.'
', 나도.'

 

 

9. 저녁으로 아이스크림으로만 때운 서래를 보며, 식후 흡연은 안된다는 해준. - 한때 지독하게 담배를 피웠지만 지금은 금연하는, 이후 이포에서 화재경보기로 인해 모두가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워 댈 때도 피우지 않는 해준. - 해준이 요리를 만들 때 옆에서 담배를 피며 <안개>를 흥얼거리는 서래.

 

 

10. 상상 속에서나마 무릎을 웅크리고 몸을 앞뒤로 흔드는 서래를 보며 '마침내, 우는 구나' 라고 하는 해준. - 상상 해준을 등지고 무릎을 파묻은 얼굴에 은연한 서래의 미소.- 해준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절에서 불상을 보고 우는 서래.

 

 

11. 원하는 대로 운명하셨습니다. 기도수의 죽음.

원하는 대로 보내드렸어요. 서래 엄마의 죽음.

 

 

12. 서래 집 음반장 위스키 병 옆에 서너개의 까마귀 깃털. 죽은 까마귀의 시체에 손을 대보던 해준 사무실에 까마귀 깃털 하나를 가져와서 만지작 거리던 해준.

 

 

13. 서래 집의 음반장에 있던 카발란 위스키. – 같은 종류로 두 병을 사서 그 중 한 병을 미지에게 주고, 같이 산 제 힙 플라스크 과거 기도수의 힙 플라스크와 대칭 / 에 나머지 한 병을 따른다. 마신다.

 

 

14. 수완이 기도수의 자살을 부정하며 해준에게 한 말. ‘근데 형 이런 말 한 적 있잖아요. 살인은 흡연과 같아서 처음만 어렵다.’금연하고 있는 해준 - 식후 흡연 하는 서래. “처음만 어렵다

 

 

15. 그렇다고 해서, 난 경찰이고 당신이 피의자란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에요. 피의자, 알죠? 경찰한테 의심받는 사람. 덤덤한 척 하려는 해준.

나 그거 좋아요. 편하게 대해 주세요, 늘 하던대로……피의자로. 덤덤한 서래.

 

 

16. 해결, 누구 맘대로 해결이냐? 해결나지 않은 서래를 생각하는 해준.

난 해준씨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 이포에 온 것 같아요. 드디어 이유를 말해주는 서래.

 

 

17.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데 빠트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 자신이 말한 말들이 온통 사랑인지 모르는 해준.

그거 버려요……. 깊은 바다에 버려요. 해준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서래.

 

18.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어요? 해준.

你说爱我的瞬间,你的爱就结束了。
你的爱结束的瞬间,我的爱就开始了啊。 

(날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나는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 서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