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개
<안개>
수완이 보낸 서래에 관한 중국어 문서를 보고 안개 낀 바다 앞에서 한숨 쉬는 해준 - 내 집으로 와요 라고 하는 서래의 답장에 한 손으로는 면도를, 한 손으로는 핸들을 잡고 속도를 올리는 해준. 배경음악 정훈희의 안개.
담배를 물고 중국어 가사로 안개를 부르는 서래.
안개의 도시 이포.
서래로 인해 붕괴 된 해준이 간 곳, 그런 해준을 찾아 이포로 온 서래. 연고가 없어서 왔단다.
자기가 이포로 온 게 그리 중요하냐고 반문한다.
서래가 경찰서 화재 경보기를 울린 후 형사들이 ‘안개인지, 연기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 정신통에 건물 안에서 해준을 보는 서래.
이제는 직접 찾아나선다, 서래가.
서래는 안개가 좋다며 이포로 왔단다. 정안의 말을 따르면 안개는 사람들이 통상 여길(이포를) 떠나게 하는 이유이지, 결코 오게 하는 이유는 아니란다. 서래는 그녀가 말했듯 보통 사람과 달라서일까. 그녀에겐 이포로 오게 하는 이유가 안개고, 곧 해준이다.
해준과 서래는 각자의 아내와 남편과 함께 이포 해물 시장에 서있다. 정안과 호신은 명함까지 주고 받으며 안면을 트지만, 오히려 입다물고 있는 나머지 두명이 다시, 은근하게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곧 바로 해준이 정안에게 했던 거짓말의 틀어진 어귀가 복선으로 깔리기도. 그래서 해준은 이 순간부터 심적으로 점점 정안과 멀어지고(아마 정안은 해준이 잠이 안 온다며 세차를 할 때에도, 이주임에게 도라지 말랭이와 자라 진액 건으로 통화를 할 때에도, 그 어느 사이에 해준의 마음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 있다는 걸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서래와는 다시 가까워진다. 비록 ‘다음 남편’과 함께 만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서래에게 해준은 안개 같은 존재. 서래도 해준에게 안개 같은 존재다.
보통 담당 형사와 피의자, 혹은 피해자는 사건 이후엔 다시 만날 사이가 아니니까. 흐릿하고, 굳이 찾을 필요도 없는 그런 안개. 하지만 서로의 안개를 찾는 이들은 - 서래의 말을 빌리자면 - ‘보통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