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ision to leave

4. 청록색, 서래, 바다

아스프빌즈 2022. 8. 19. 01:25

<청록색의 서래, 서래의 바다>

 

인자한 사람이 아닙니다. 바다가 좋아요.”

 


바다는 푸르르다. 하지만 산호초와 물미역의 출생지로서 그들의 색깔도 당연 비추어 줄 터. 그래서 바다의 색을 단순한 파란색 하나로 정의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만연한 녹색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청록색이건만. 아아, 그 범위는 너무나도 애매하고 헷갈린다. 마치 서래처럼.

 

 

시장에서 본 서래가 이쁘다며 남편을 떠보는 정안에게 그 초록색 옷은 예뻤다며 무관심척하는 해준. 곧장 파란색 옷이 아니었냐는 정안의 물음에 그랬나, 조명탓으로 돌리는 해준. 해준에게는 초록색으로 보이는 서래가 정안에게는 파란색으로 보인다.

 

 

 

해준의 사진을 본 해변가의 목격자 커플은 옷은 이거 아니고 파란 원피스였다고 한다. 그 둘의 셀피 뒤에 찍힌 <청록색> 원피스를 입은 서래. 해준은 녹색 아니고 파랑 맞냐고 되묻고, 연수는 에이, 파랑 맞네. 라고 한다. 해준은 서래를 녹색으로 본다. 녹색인 산에 가기 싫다는 서래인데. 그래서 서래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었나? 아니면 녹색 원피스를? 그 여자는 청록색이야, 이 사람들아.

 

 

청록색 원피스 어딨어요? 녹색으로 보였다 파랑으로 보였다 하는 거.”

 

자세히도 봤네요?”

 

해준이 자세히 본 건 원피스인지, 자신인지 청록색의 서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햇빛 아래에서, 핏빛 속에서 파랑처럼 보이는 서래.

파랗게 질린 호신의 피부, 파란 수영장 타일.

 

파랗기도 하고 초롷기도 한 서래.

 

 

바다로 가요. 물로 들어가요. 내려가요. 점점 내려가요. 당신은 해파리예요. 눈도 코도 없어요, 생각도 없어요.”

 

“不喜也不悲,没有任何情感
-下一下划水,把今天发生的事都划出去,推给我。
我会全部带走。现在,你就什么都没有了。


(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아요. 아무 감정도 없어요.

물을 밀어내면서 오늘 있었던 일을 밀어내요, 나한테.

내가 다 가지고 갈게요, 당신한텐 이제 아무것도 없어요.)"

 

 



청록색, 푸르고도 초록색인 깊은 바다, 서래의 집 벽지,

깊은 데 빠트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하라는 해준, 더 깊어지는 바닷 속 처럼 어두워지는 공간.

 

 


그만 집착하라는 연수의 말을 듣고 차 안에서 녹취 자료를 보는 해준
, 이제는 그가 파랗기도하고 초록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노란 조명에 비춰 파랗게 보이는 자료, 밤 불빛과 노란 차 전등으로 초록색으로 보이는 해준의 차 안.

 

곧이어 녹색 옷을 입고, 파랗게 비춘 스마트 워치에 중국말로 속마음을 말하는 서래.

 

 

그들은 초록색이면서 파란색이고, 녹색이면서 푸르고, 산에도 가고 바다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