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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아스프빌즈 2023. 9. 29. 17:43

<사랑이란?>

 

2017-10-07 / 00:13 작성

 

 전적으로, 나의 사랑.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가 되어 - '나'로서 사랑을 한다. 신도, 부모도, 너도, 나도, 그 사람도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이란 1인칭의 시점에서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무리되어진다. 그리고 각자의 기준점 아래에서 존재하며 작용한다. -물론 신의 무한한 사랑은 끝을 맺는 결말은 없지만-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것의 주체가 나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것에 초점을 맞춘 시야의 사랑은 당연하지 않은 얘기일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가족이건 친구건 이성이건 동성이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한다. 어쩌면 해낸다. 그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어 스스로의 재량에 한해 그가 그것을 성취할 수 있게끔 얄궂은 비밀작전도 수행한다.

 

 하지만 과연 그는 내가 무엇을 해주어서 좋았을까, 행복했을까? 완전히 그럴 수도 있고, 조금만 그럴 수도 있다. 혹은 전혀 행복하지 않거나 슬프고 우울했을 수 있다. 사랑을 행하는 '나'는 그 결과에 대해 완전하게 알지도 못하고 그러한 질문은 사실상 소용이 없다. 그러한 무쓸모의 이유는 이 사랑은 결코 ’가 하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나에게서 기인했고, 나만이 행할 수 있으며, 나의 의도가 담긴. 그렇게 철저하게 나만의 사랑이기 때문에.

그가 100% 행복했건 안했건 그를 위해 행동한 나는 이미 행복하다. 내가 하는 사랑에, 그토록 진취적인 이 모든 행동과 마음에 만족하는 내가 행복한 것이다. 우리는 영원히 타인과 완전히 같을 수 없고, 사랑이라는 복잡한 감정 아래에서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결국엔 그를 위한 행동이었지만 그 행동 자체는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 전적인 나의 사랑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이다.

 

예를 들면 나는 A를 사랑한다. A B라는 무언가를 원하고, 나는 그 B A에게 쥐어준다. 그로서 A가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내가 B를 쥐어준 행동은 A를 위한 것이 맞지만, A가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은 결국 나에게로 돌아와 나의 행복이 된다. 쉽게 말하면 A를 위한 나의 행동이 나를 위한 자기만족이, 행복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의 발산이 고작 자기만족으로만 귀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랑이 위대한 이유는, 좋아하는 감정을 절대적으로 넘어서는 단계인 이유는 바로 희생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나의 무언가를 포기할 수 있게 된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위해 시간과 체력·여가 등을 희생하는 부모도, 수많은 제자와 대중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그들을 죄를 대신 받았던 예수도, 자연을 사랑하는 이가 환경보호를 위해 그냥 대충 길가에 버리고 싶었던 쓰레기를 참고 쓰레기통에 넣는 행동도 모두 어떠한 포기를 감수한다.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다지도 어려운 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은 고작 자기만족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1인칭의 모든 존재들이 행하는 스스로에게도 선사하는 행복인 것이다. 내가 A를 위해 한 모든 행동과 감정과 시간의 소비들은 결코 A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나 스스로에게도 닿는 사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랑이 수많은 나의 시점으로부터, 즉 출발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서로 다름의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이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온 환경이, 바라보는 지향점이, 바라는 것이, 바라지 않는 것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사랑한다면, 상대방 또한 나와 같은 또 다른 1인칭의 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의 존재에 대해 나와 똑같을 수는 없는 타인이고 다른 존재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를 수도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만 그 갈등과 차이점의 간격을 좁힐 수 있다. 인지와 이해를 넘어 그저 받아들여야한다. 그는 그런 인간임을. 나는 그런 인간을 사랑한다는 걸.

 

또한 사랑을 행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이므로 나 스스로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인 필요조건이 된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는 사랑의 출발 선상에 설 수 없다. 출발자로서의 자격미달이다. 작가가 주인공을 애정하지 않는다면 주인공의 모든 말과 행동 감정까지도 모두 모순이 되고 스토리는 엉망이 되기 마련이다. 작가이자 주인공인 나는 스스로에 대한 사랑을 먼저 행한 후에야 가족, , 친구, 이성 혹은 동성, 동식물, 그리고 자연까지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