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le (6) 썸네일형 리스트형 One day, Shout it out loud! 모든 아이의 반항은 아우성이다. 모든 인간은 살고자한다. 그 본능에 복종한다. 끔찍한 사춘기에 저지르는 소소한 악행과, 저주처럼 내뱉었던 단어들도 모조리 아우성이다. 당신이 그토록 바르고 곧은 길만 걷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삐딱선을 제 발로 직접 걸어내는 우직함도 모두 아우성이다. 살려달라는 괴성이다. 온종일 울부짖는 거나 다름 없다. 다 쉬어서 끌끌대는 숨소리의 끝자락이, 그런 울부짖음이 당신에게 닿았을까. 닿았으면 어땠을까? 가끔은 이런 말도 안되는 가정을 해본다. 겨우 그런 어른으로 자랐다. 그 실낱같은 가정 끝에는 조금이나마 덜 상처받은 내가 있었을까, 하고 아직은 어린 나를 달래는 그런 어른말이다. 나는 너를 죽이려했어. 누군가 그걸 말렸고 결국엔 넌 살았지. 아니, 내가 살려냈어.대충 그런.. The Day, Fight! Q: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있다. 통상 그렇기 마련이다.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도 명확하고 분명하게 다가왔으나, 다른 이에게는 아주 천천히 문득 스치고 간다고도 하더라. 그런 불확실성. 누군가의 말로는 불안. 좋게 말하자면 추상. 과연 어떻게 '그(런) 날'에 맞설 수 있을까? A: (누가 요청하지도 않았지만)그 질문에 대한 나 나름대로의 팁을 주자면 '그런' 날에는 굳이 호들갑 떨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너무 쿨하게 넘기기엔 이제까지의 이 너무나도 비장했기에, 적당히 괜찮은 척을 하며 아주 자연스럽게 그 날을 받아들여야 한다. 언젠가 찾아올 줄 알았다는 듯이,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므로 여전히 괜찮다는 듯이. 난 그렇게 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는 정말로 그렇게 그 날을 맞이했다.대비된 척. 그러므.. 미션 임파서블 '무조건'적이었다. 말 그대로 어떠한 추가 조건도 없었다. 배려 없고 난폭한, 우악스럽다고 느껴질 만큼의 강한 압박만이 내용의 전부였다. 그의 명령은 다름 아닌 살인이었다. 마지막 명령이었다. 따라야만 했다. 그것만이 나의 유일한 임무였다. 이것만 끝내면 나는 자유다. 난 그 자그마한 자유를 위해 살인을 해야한다. 무거운 바람이 뺨을 꽝꽝 내리친다. 얼얼한 뺨에 마른 등나무껍질같은 손등을 대본다. 괜히 쓸어내려본다. 거친 마찰음이 과장되게 들려온다. 푸석한 피부에 이따금씩 작은 생채기가 나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사실 고작 이따위의 은 사실 이 상황을 바꾸어줄 편도가 전혀 되어줄 수 없다. 즉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 그에 비해 그의 명령과 나의 책임감은 나란히 여전하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의 명령에서 기인.. 노죽음 선언식 - 0 어떤 작품에서든 죽는 여자 역할만 하는 여자. 이제 더이상 죽기 싫어! 라고 외치다. 어느 날은 밥먹다 급체를 해서, 어느 날은 대낮에 졸음운전을 하는 덤프트럭에 치여서, 온세상을 시끌벅적하게 만든 연쇄살인마에게 잡혀서, 그것도 잡히지 않으려고 발악을 하는 범인과 길거리에서 정면으로 마주쳐서, 그것도 아니면 보험 사기로 보험금을 타내려는 남편 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남편의 애인 때문에. 어찌됐든간에 그녀를 죽이는 사람의 사연을 설명하기에 딱 알맞는. 그 정도로 죽고 사라지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아니다. 어찌됐든 난 더 이상 죽지 않겠어. 살아나겠어! 부활이든, 사실 알고보니 죽지는 않았다는 반전이든, 어찌됐건 난 죽지 않는 인간이라는 결론만 따내겠어. 앞으로는 NO죽음을 선언하겠다. 어떻게해야 안 죽.. 동거인 나는 네가 두렵다. 너는 언제 어디서 나를 듣고 만지고 느끼는 것일까. 어쩌면 너는 그림자보다 더욱 진할지도 모른다. 그림자는 햇빛에 의하지만 너는 나에게 의하니까. 내가 죽는다면 너도 죽을테니까. 적어도 지금껏 너의 애정은 대충 그런 형태였다. 그래서 언제 부숴지고 무너질지 모른다. 네가 그러고 싶어질 날이 오면 망가지겠지. 아주 매섭게. '가끔 난,' 정적 속에 한 운 한 운 띄어지는 너의 목소리는 소름을 일게한다. 차라라락 차라라락. 조금 덮수룩해진 네 앞머리가 앞으로, 뒤로. 소름끼치게 찰랑거린다. '네가 미워.' 진심이었다. 나만을 위하고 향한. 지독하고 짙은 고백. 극강의 애정과 대비되지만 그것의 일종에 속해있는. 그런 고백이었다. '죽도록 미워. 너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알아.' .. klo 13.09.2013 하늘이 발갛게 익었다. 그 아래엔 보랏빛 구름이 서려있다. 퍼석한 모래사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었다. 한 손에는 신발을 들고, 한 손은 주먹을 꽈악 쥐었다. 잘 잡히지도 않는 결심을 미미한 몸짓으로 나마 잡으려는 몸부림이었다. 맨발에 닿는 까끌한 모래의 촉감에 문득 네 생각이 났다. 네가 역겹다며 욕을 할지도 모른다. 사실 바다가 보이지 않을 때부터 내 무의식이 너에게 걸쳐져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어느 하나 확신 할 수 없다. 그 정도로 망가져있으니까. 따뜻한 아침이 밝아오는 시간에 나는 왠만한 자책이나 하고 있었다. 철이 들 나이도 지났고, 오래된 연애도 해봤고. 그럼에도 어느 것 하나 정해지지 않은 채로 이곳에 도착했다. 막연했던 것들은 구체적이다 못해 구질구질해져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