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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 Bü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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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의 대화 1951-1998, "Voir est un tout" Henri Cartier-Bresson - Entretiens et conversations 이부 부르드와의 대담 1974 S.89-사진은 그 무엇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림도 그렇지만, 사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증명하지 않습니다. 사진은 완전히 주관적인 것이지요. 견지해야 할 단 하나의 객관성은 자기 자신과 피사체에 정직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언제나 나 자신에게 이 같은 책임을 부과합니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진리는 없습니다. 진리는 언제나 관계 속에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관계, 극도로 복잡하고 복합적인 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단 하나의 중요한 가치인 시(詩)는 회화, 사랑과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알랭 데베르뉴와의 대담 1979 S.109 -찾았다는 말에 이미 뭔가가 있는 거죠. 재발견했다는 뜻일 테니 말입니다. -네, 그 말은 일종의 핵심어 ..
얼룩이 번져 영화가 되었습니다, <얼룩이 번져 사랑이 되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뭘 사랑한다고 할 땐 정말 사랑하는 것이다.   얼룩이 번져 사랑이 되었습니다  S.63-64  적어도 나는 "은 '사랑'이라는 단어를 피해 사랑을 표현하는 말과 몸짓의 총화"라는 김혜리 평론가의 묘사보다 정확한 문장을 상상할 수 없다. 에 관한 글을 읽는 건 마치 해변에서 서래(탕웨이)를 찾아 헤매는 해준의 심경을 닮았다.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이 타인의 언어로 정확히 표현되었을 때 찾아오는 뒤늦은 감격과 후회. 그리고 메울 수 없는행복한 공허. 버티는 길은 오직 또 다른 파도를 만들어내는 것 뿐이다.  · · ·중략 · · ·  먼 길을 돌아 다시 당도한 해변 앞에서 단순한 호기심이 앞선다. 이 사랑을 어떻게 형상화하는지 묻기 전에 해결해야 할 질문. 사랑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끝난 연극에 대하여, <그렇게 우리의 이름이 되는 것이라고(CES NOMS QUI SONT DEVENUS LES NÔTRES)> S.54 한참을 말없이 걷던 세계가 내게 물었다.  -그 날 꽃다발은 왜 준 거야?-꼬시려고.-나를?-응.-왜?-알아봤거든.-나를?-응.-뭘?-널 알아봤어, 세계야.  ···중략···  어느 날 나는 세계를 알아봤다. 극장의 구석진 자리에서 백 장의 포스터를 둘둘 말고 있는 세계를, 모두가 떠난 무대위에서 읽기만 하면 그만인 지문을 달달 외우며 연습하는 세계를 내가 알아봤다. 바보 같은 세계. 포스터를 그렇게 힘차게 말아 놓으면 반듯하게 붙이기 힘들 텐데. 지문을 열심히 외워서 뭐하나? 그냥 읽으면 되는 것을. 그러니까 아무 것도 잘하는 게 없는, 포스터도 잘 못 붙이고 연기도 못 하며 지문도 못 읽는, 그저 잘하려고 애만 쓰는 세계를 나는 알아본 것이다. 그렇게 애써 봐야 아무 것도 되지 않는, 그래서..
아르투로 우이의 출세_Der Aufstieg des Arturo Ui 엮은이 이원양, 출판 지만지 드라마, 2019.07.01 S. 56-57 당신이 저를 구해 주시지 않으면 저는 끝장입니다. (중략) 그렇다면, 당신은 인간으로서 나를 도와주길 거절하는 것이오? 그러면 범죄자인 당신에게 그걸 요구합니다! 당신은 범죄자요! 난 당신을 폭로할 것이오! 증거를 가지고 있소! (중략) 친구는 없습니다. 어제는 있었지요. 오늘은 더 이상 친구가 없소, 하지만 내일은 적들만 있을 거요. 누가 당신을 구해 준다면 그것은 나요! 아르투로 우이! 나요, 나! (중략) 나로 하여금 당신을 구하도록 하시오. *손바닥 뒤집히듯 그다지도 쉬운 태세전환. 내뱉는 한 어절마다 올라가는 스스로의 위치. 도움을 받아야하는 이에..
Romain Rolland dem verehrten Freunde gewidmet 경애하는 친구 로망 롤랑에게. 나에게 파고든 정신의 질식 상태를 문득 절감하게 되었던 1914년 가을, 우리는 민족을 초월한 하나의 믿음 가운데 낯선 언덕에 서서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그 후로 나는 당신에게 내 사랑의 표지를 보여 드리고 그와 더불어 내 행위의 실증을, 내 사고(思考)의 세계를 응시하는 한 줄기 시선을 전하리라는 소망을 품어 왔습니다. 아직 완성하지 못한 이 인도의 시(詩) 제1부를 당신께 헌정하오니 부디 받아 주십시오. 헤르만 헤세
SIDDHARTHA S.165-167 그는 교만으로 가득했고, 항상 가장 영리한 사람, 항상 가장 열렬한 사람, 항상 누구보다도 한 걸음 앞선 사람, 항상 학식있는 사람이자 지성적인 사람, 항상 승려이거나 현자였다. 그 승려 계급 안으로, 그 교만 속으로, 그 정신적인 것 안으로 그의 자아가 파고들었고, 그곳에 확고히 자리 잡고 앉아서 자라고 있는 동안 그는 그 자아를 단식과 참회로 죽일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그는 그 사실을 깨달았고, 그 비밀스러운 음성이 옳았다는 사실을, 어떤 스승이라도 어차피 그를 구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세상 속으로 갈 수밖에 없었고, 쾌락과 권력에, 여자와 돈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고, 장사꾼, 노름꾼, 술꾼과 탐욕자가 될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에는 그의 안에서 승려와 사..
An Oskar Pollak An Oskar Pollak 27. Januar 1904 Lieber Oskar! Du hast mir einen lieben Brief geschrieben, der entweder bald oder überhaupt nicht beantwortet werden wollte, und jetzt sind vierzehn Tage seitdem vorüber, ohne daß ich Dir geschrieben habe, das wäre an sich unverzeihlich, aber ich hatte Gründe. Fürs erste wollte ich nur gut überlegtes Dir geschrieben, weil mir die Antwort auf diesen Brief wichtiger ..
카프카의 편지 오스카 폴락에게 사랑하는 오스카! 너는 내게 다정한 편지를 보내 주었는데,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이 물론 곧바로 올 거라 기대하진 않았을 테지, 어쩌면 끝내 답장이 오지 않아도 괜찮다 했겠지. 그리고 이제 두 주가 지났어. 그사이 나는 너에게 답장을 쓰지 않았고, 그거야말로 용서받기 어려운 일일 테지만, 나에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우선 나는 신중한 생각을 거친 것만 쓰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번 편지에 대한 답장은 이전에 너에게 보낸 다른 편지들보다 중요할 것 같아서야. 그다음 이유는, 내가 헤벨의 일기들(1800쪽에 달하는)을 단숨에 읽어 버렸다는 거야, 이전에 읽을 때는 그저 밋밋하게만 다가와서 겨우 조금 읽다 말았는데 말이지. 이 책의 첫인상이 시시했음에도 다시 읽기 시작한 건, 처음엔 그저 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