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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나는, 너를 사랑하는 내가 된다 2017-12-09 / 03:43 작성 사랑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둘 다 모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이다. 산다는 게 꽤나 어려운 일이다. 지치고 무기력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고, 너무 힘들기까지 하다. 누구 때문에, 뭣 때문에 구구절절 각자 사연으로 어쩔 수 없이 버텨낸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버틴다는 게, 그 어쩔 수 없고 구질구질하다는 게, 한편으로는 엄청난 의지를 갖고 '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이 힘들 때도 마찬가지다. 살아 있으니까, 살아 내니까, 이 사랑의 힘든 게 나아 질 테니까, 또 다른 사랑이 올 테니까, 계속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사람인 나와 너와, 우리가 해낸다. 모두들 힘겹게 버텨낸다. 살아낸다. ‘내’가 하는 그 사랑이 삶을 힘들게 하는 것 같지만, 애..
사랑이란? 2017-10-07 / 00:13 작성 전적으로, 나의 사랑.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내’가 되어 - '나'로서 사랑을 한다. 신도, 부모도, 너도, 나도, 그 사람도 사랑을 한다. 그 사랑이란 1인칭의 시점에서 시작하고, 진행하고 마무리되어진다. 그리고 각자의 기준점 아래에서 존재하며 작용한다. -물론 신의 무한한 사랑은 끝을 맺는 결말은 없지만-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것의 주체가 나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것에 초점을 맞춘 시야의 사랑은 당연하지 않은 얘기일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대상이 가족이건 친구건 이성이건 동성이건,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는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한다. ..
전시기획 ALT und NEU 관객은 어두운 공간 안에 놓여진 원기둥 전시 공간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 들어 서게 되면 관객은 전체 벽면을 둘러싼 거울과 함께 바닥에 3D 랜더링 된 베벨광장의 을 마주하게 된다. 입장과 동시에 일차적으로 거울을 마주 보기 때문에 관객은 가장 먼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 후 거울에 비춰짐으로써 무한히 확장하는 작품을 감상한다. 그 다음으로는 들어온 입구와 마주보는 출구로 공간을 나설 때 다시 한번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본다. 물론 이러한 순서는 고정된 것이 아니므로 변수가 있을 수 있고, 거울이나 작품을 보는 시간이 개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기획 단계에서 예상되는 최소한의 루트 정도로만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 다음 관객은 출구로 나와 다음 전시 공간으로 이동하는데, 다음 공간에서는 빔 프로..
< 나의 사랑, 이중 거울 > E: 대사와 음악 제외한 효과음 N: 나레이션 플래시백: 회상 장면 플래시컷: 화면과 화면 사이에 들어가는 순간적인 장면 S1. 그 모두가 1인칭의 사랑을 한다는 것 C가 없는 C의 방에서, 조용한 새벽. A와 B, 주인 없는 방에 각자 소파에 기대거나 앉아있는, 작은 협탁엔 치즈와 와인을 먹다 남긴, 소파에 길게 엎드려 있는 A, 바닥에 앉아 작은 소파에 기대어 있는 B, 창 밖으론 가끔 오토바이나 자동차 시동 소리가 들리는, 그 이후엔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A 먹다 남은 치즈를 마저 먹으며 입을 여는, A: 사랑이란 뭘까? (E, 치즈를 쩝쩝대며, 사뭇 진지한) B: 갑자기? 너무 새벽 감성적인 질문인데. 주인 없는 방에서 시시콜콜 이야기 할 주제도 못돼. C에 대한 짝사랑 푸념이라도 얘기하고 싶..
악인은 없었고 악녀만이 남아 소비된다 악인은 없었고 악녀만이 남아 소비된다 2020. 10. 06 작성 그리스 로마신화의 유명한 악녀들 메데이아와 페드르. 악한 ‘여인’으로 불리는 그녀들. 그녀들이 행했던 처사에는 분명 보다 복잡한 배경과 나름의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유일한 결론은 ‘악한 여자’만이 있을 뿐이다. 그녀들은 악한 인간이 아닌 악한 여자로 불린다. 그녀들이 만일 영웅이었다면 여자 영웅이었을 테고, 마블에 나오는 빌런이었다면 여자 빌런이었을 테지. 참 이처럼 뻔하고 쉬운 도식일 수도 없다. 1. 메데이아 메데이아는 이아손의 남성 중심 영웅 서사에서 조력자임과 동시에 아내의 역할을 다 해낸 후 그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녀는 그를 위해 조국을 배신하고, 형제를 죽이고, 부모에게 쫓김을 당해 또 다른 이방으로 떠나왔다. ..
그 논란을 나는 어떻게 진단할 것인가? 2019.11.21 작성 최근(2019) 개봉한 를 둘러싸고 한글 창제의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사실 본인은 이미 개봉 전부터 그 논란을 인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왜곡한 것은 사실이지 않냐며 좋아하는 배우의 출연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보러 가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이 시점에서 그것은 곧 나의 편협한 의견이자 서두르는 것에만 급급했던 결론이었음을 인정한다. 는 영화다. 영화는 공공연하게 예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선도주자다. 예술은 그것을 하는 이의 주관으로 만들어지므로 옳고 그름의 문제로만 나눠질 수도 없고, 그것의 기준으로만 평가되어서도 안 된다. 그래서 예술을 예술로 보는, 영화를 영화로 보는 아량이 필요하다. 그러나 옳고 그름의 문제, 예술로서의 영화의 가치는 이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