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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세번이면 많이 애쓴다고 볼 수 있다 의 정체성을 가진 일기장

 

 

 

(제목 그대로를 품은) 아주 불경하고도 괘씸한 게으름.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진짜일까 싶을 때 나는 내가 겪었던 것들을 회상한다. 후회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10년이 지났다. 아직 나는 뒤돌아보곤 한다. 후회는 아니다. 결코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지언정,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나를 알기에 아니라고 한번 더 호소하고 싶다. 내가 겪었던 아주 찰나 같은 베를린. 처음으로 세상에 말을 건 고향 같은 곳. 나는 그곳으로의 귀향을 꿈꾼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나의 편안함을 보장하기 위해 그 귀향을 미루는 나를 유체이탈한 또 다른 내가 볼 때에 나는 나를 나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나의 치부를 나만큼 잘 알고 있는 인간도 없지만 그런 어색함은 언제나 날이 서있고, 서늘하게 내 뒤통수에 찬바람을 불어댄다. 그래서 (겨울에 태어나 그런지 추위에 취약한) 나는 도망친다. 아직은 아늑한 이 현실로. 공부해야지 를 다짐할 수 있는 공부하지 않는 현재에 누워서 더운 여름날 땀을 뻘뻘 흘리며 낮잠을 자단다. 그 덕에 새벽 2시에 자서 아침 11시에 일어나곤 하는 말도 안 되는, 누군가에겐(두 달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군가는 나였음을..) 부러운 나태함을 두 달간 먹고 토해내며 살고 있다. 

 

꿈을 꾸고 뭘 원하는 지도 알지만, 기댈 데가 있다면 한 없이 기대고 만다. 어쩔 수 없는 수동형도 자격이 없다. 기대버린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테지. 내가 컨트롤할 수 없었던 전 세계적인 고통이 끝난 지가 벌써 그것이 발병되고 사라진 후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동안 나는 더러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왔고, 그렇다고 정말 든든한 포트폴리오 하나 만들지 않은 채 또 다른 회사 생활을 기다리고 있다. 1년만. 딱 1년만 더 하고..라는 다짐. 이때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불안이 그걸 덮치고 저 멀리 보내버린다. 나만이 느껴왔던 우습고도 거부할 수 없는 직감. 난 언제나 나의 직감을 믿었고 그게 정답이 아닐 때가 많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직감에 매료되어 갈피를 못 잡는다. 점점 갈수록 더 심해질 뿐이다. 생각은 멈춰야 하고, 몸이 먼저 나가야 하고, 무식해져야 한다. 예상과 안도, 평범하기를 거부하면서도 평범한 삶 안에 녹진하게 들러붙은 채로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질척하게 들러붙은 이 모든 것들을 아주 천천히 씻어 내리기 전까지의 과정. 그게 운동이든, 공부든, 어떠한 큰 의미도 없고 그럴듯한 결과를 바랄 수도 없는 행동이든, 주기적으로 해보자. 글을 쓰겠다고 호언장담 했으니 글부터 시작을 해보자. 

 

새벽 4시부터 글을 쓰고 이후에 아침운동(달리기), 점심을 먹는 하루키가 될 수는 없겠지. (하루만에 하루키가 될 수도 없고, 똑같이 따라 해본다 한들 엄청난 핑계와 상황으로 작심삼일을 채우기도 전에 무너질 테니까.) 잠들기 30분에서 1시간 전. 짧게라도 일기를 써보고자 한다. 사실 한 시간 전쯤 22살의 첫 유럽 생활을 했던 내가 지출 내역과 하루일과를 적은 일기장(역시나 초반부 10%도 채우지 못한)을 봤다. 수기로쓰는 글들은 언제나 아쉽기 마련인데(그만큼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기에), 그럼에도 그 어설픈 글자들과 그때의 상황과 감정들을 나름대로 쓴 게 기특하다고 해야 할까? (+왜 지금은 더 게을러진 걸까. 현실과 타협하기를 그렇게도 거부하던 나는 왜 아예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을 꿈꾸기 위해 이 현실에 있는 걸까.) 찰나 같고 빛나던 하이델베르크, 그리고 베를린에서의 삶. 그리고 지금 하남에서의 삶. 미정의 또 어딘가에서의 삶. 나는 천천히 무언가를 하지도, 기어가지도 않았다. 내 자의대로 멋대로 늦잠 자고, 만족할 만큼 게을러했으며 과거의 나를 옭아맸던 자기 통제를 저버린 것은 물론, 아예 나라는 인간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놔버렸다. 정신 차리자 제발..!

 

 

 

*무언가라도 꾸준히 하기. 정해졌다면 그 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하기. 되새기면서 개선점 찾아가기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할 것 리스트업. 세부 내용 우선순위 정하기 -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상황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대신 아주 포괄적이고 넓게. 처음부터 생각하고 제한하지 말기. 다 적어보고 쳐내기.

*운동, 식사, 수면은 정확하게 규칙을 정해놓고 실행하기.